허영구의 모란공원 열사열전

박정희 정권 몰락의 도화선이 되었던 여성 노동자 김경숙: YH사건과 YH노조의 투쟁

미디어 데모스 2020. 10. 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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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공원 민족민주열사 묘역은 김경숙 열사, 1979년에 박정희 군사독재정권의 몰락을 가져온 김경숙 열사의 묘소가 있는 곳입니다. 

70년대 전태일 열사 분신 이후에 수많은 여성 노동자들이 가발공장이라든가 전자회사, 신발회사, 미싱사로 한국 경제 성장의 토대가 되었던 그런 열악한 곳곳에서 착취당하고 수탈당해 왔습니다. 김경숙 열사도 마찬가지로 그때 당시 주요 수출품 중 하나였던 가발공장에서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에 시달리면서 살아왔습니다. 

 

YH노조의 신민당사 농성

그래서 그때 여성 노동자들이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면서 배고파서 못 살겠다는 목소리를 전하고 싶어서 신민당사에서 항의 농성에 들어간 적이 있었습니다. 야당 당사에서 농성을 하면 언론에 보도되지 않을까, 자신들의 목소리를 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들어갔습니다만 박정희 군사독재정권은 이를 용납하지 않았습니다. 경찰력을 투입해서 무자비하게 진압을 시작했고 그 진압과정에서 폭력에 의해 김경숙 열사가 1979년 8월 11일 목숨을 잃게 되었습니다. 

 

YH노조 농성 강제 진압과 김경숙 열사의 죽음을 보도한 1979년 8월 11일자 동아일보

당시 정권과 언론은 김경숙 열사가 자결한 것으로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2008년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는 김경숙 열사가 경찰 진압 과정에서 구타당한 후 추락사한 것으로 결론 내렸습니다.

김경숙 열사는 여덟 살 때 아버지를 여의었고,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공장에서 노동자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서울로 상경하여 봉제공장 미싱사로 일하면서 돈도 벌고 기술을 익혔습니다. 그러다 1976년에 YH무역에 입사하면서 본격적으로 야학도 하고 노동조합 활동에 관여하면서 YH노조 대의원으로 선출되었습니다.

박정희 유신정권이 몰락하는 데 YH 노동자들의 투쟁은 결정적인 계기가 됩니다. 그때 이것을 지지했던 야당(신민당) 총재 김영삼이 국회에서 국회의원에 제명당하는 그런 상황이 발생했고 바로 부마민주항쟁과 또 그 이후에 민중들의 투쟁을 통해서 박정희 군사독재정권이 몰락하는 10.26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YH 투쟁의 중심에 섰던 김경숙 열사의 묘소가 모란공원에 모셔져 있습니다. 묘소에 있는 비석에는 당시 야당 총재였던 김영삼의 이름도 있습니다만, 이후에 세월이 많이 지나면서 비석에 누군가가 김영삼의 이름을 지우려고 돌로 긁어낸 자국이 있습니다. 

YH사건은 기록에도 나와 있습니다만 가발공장 사장 장용호라고 하는 영어 이니셜을 따서 YH라고 하는 회사 이름을 붙였습니다. YH공장은 면목동에 있었는데 지금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원진 녹색병원이 생겼습니다. 녹색병원은 노동자들이 단식을 하거나 투쟁을 한 이후에 입원 치료를 받는 병원으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YH사건이야 말로 70년대 고도성장을 추구했던 박정희 개발독재 정권의 착취와 억압 속에서 폭발했던 사건입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한국경제는 80년대 전두환 군사독재정권을 거쳤습니다만 경공업에서 중화학공업으로 전환하면서 오늘날 세계경제 10위권이라고 하는 물질적인 성장을 이루는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민주화운동에 있어서도 전환점이었지만 한국 사회의 산업과 경제 전반이 변화하는 계기점이 되었던 사건이기도 합니다. 

 

YH무역 동료들과 함께 찍은 사진. 오른쪽 끝이 김경숙 열사 (사진출처: 김경숙열사기념사업회)


그러나 어린 여성 노동자들의 그런 고통과 아픔과 착취의 기억들은 우리 역사에서 아직까지는 크게 중요한 자리를 잡고 있지 못한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그러나 김경숙 열사를 기리는 많은 사람들이 또 많은 후배들이 이곳에 와서 열사의 정신을 계승하고 이어나가기 위해서 지금도 곳곳에서 노력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 님을 위한 행진곡 국악 편곡 Ver. (다큐 '밤은 노래한다' 미공개 영상) https://youtu.be/jj-SB5zeJ94

*국악편곡: 이경섭 / 대금: 신경호 / 가야금: 정현정.이세련 / 아쟁: 노시선.김소영 / 거문고: 박보경 / 해금: 박선희

 

기획: 류증희, 허영구

출연: 허영구

촬영: 미디어 데모스

편집: 류증희